이스타항공 제주항공, '노딜'(인수 무산) 선언에 파산 수순. 설립부터 파산까지 정리

정우현 / 기사승인 : 2020-07-24 08:3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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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스타항공 파산 수순, 1600명 실직 위기

제주항공이 오늘(23일) 끝내 이스타항공과의 '노딜'(인수 무산)을 선언하면서 전북을 기반으로 한 저비용항공사(LCC)인 이스타항공은 출범 13년 만에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기업 회생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 이스타항공 직원 1천600여 명이 무더기로 길거리에 나앉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이날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이스타홀딩스와의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18일 SPA 체결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은 지 7개월여 만이다. 올해 3월 2일 SPA 체결로부터는 4개월여 만이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을 포기한 제주항공은 이후 이스타항공 인수에 나섰으나 결국 7개월여 만에 포기를 선언했다. 제주항공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의지와 중재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며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상직은 누구?



학창시절

이상직 회장은 1962년 금산면 원평리에서 부친 이윤우씨의 8남매중 막내로 태어났다. 이회장의 부친은 전국을 상대로 나전칠기재료 총판을 하며 자수성가했다. 나전칠기사업이 쇠락의 길로 접어들고 큰형이 가업을 전수받아 노력을 기울였지만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가정 형편은 점점 어려워졌고, 막내인 이상직 회장이 대학을 진학할 무렵에는 학업을 포기해야할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금산초등학교 6학년 때 전주로 전학해 전라중을 졸업하고 명문 전주고에 당당히 합격했지만, 대학입시 공부보다는 농사일을 도와야 했다.



현대증권 입사

다행히 형님과 요쿠르트 배달을 했던 누님의 도움으로 어렵게 동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대학 재학시 열심히 공부한 결과, 치열한 경쟁을 뚫고 현대그룹 공채에 합격했다. 당시 증권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었고, 억대 연봉자가 속출하면서 증권맨은 최고의 직업으로 꼽히고 있었다.

이 회장은 자신이 정한 목표에 가장 빨리 오르는 길은 금융시스템을 배우는 것이라 생각했고, 현대그룹 신입사원 가운데 20명만 선발하는 현대증권에 100: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다. 현대그룹 정주영회장은 이 회장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었다.



샐러리맨에서 경영자로

증권사 직원들은 주식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돼 있었지만 근로자주식저축은 가능했다. 1998년 12월 첫 도전으로 1300만원을 투자한 것이 2년 뒤 2억원이 되었다. 이 회장은 이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벤처에 투자해 평균 10배가량의 순익을 냈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 제조업의 흐름이 조선업에서 플랜트, 기계정밀가공업으로 전환되는 흐름을 파악하고 2001년에 플랜트 전문회사 (주)케이아이씨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제철이나 석유화학 플랜트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상장기업으로 그가 대표이사를 맡아 회사 규모를 10배로 키워 플랜트업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후 2007년 10월에는 '이스타항공'을 설립해 항공산업에 뛰어들었고, 고향에 대한 애착으로 고향발전을 위해 본사를 군산에 두었다.



생존전략은 '온리원'

이 회장의 성공철학은 '자신의 성공을 예측하고 그대로 믿으면 된다'는 것이다. 좌우명인 '인정승천(人定勝天)'이 이를 잘 대변하고 있다. 오자서열전에 나오는 인정승천은 '사람이 뜻을 정하고 노력하면 하늘을 이길 수 있다'는 뜻으로 좀처럼 딛고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은 좌절 속에서도 마주한 현실을 직시하고, 운명처럼 주어진 역경을 이겨내는 용기를 말하고 있다.

고향 후배들을 위한 조언으로는 중국 격언 '360行行行出狀元(행행행출장원)'을 인용했다. 360이라는 숫자는 전부를 뜻하고 행(行)은 업종을 말하는데, 결국 한 방향으로 모두 달리면 1등은 한 명밖에 할 수 없지만, 360도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달리면 360명 모두가 1등(장원)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2. 이스타항공 설립과 성장 과정

 

이스타항공은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07년 10월 전북 군산을 본점으로 설립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29일 공개한 입장문에서 "대기업이 국내 항공시장을 독식하던 2007년, '무모한 짓'이라는 주변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국민을 위해 항공의 독과점을 깨고 저비용 항공시대를 열겠다는 열정 하나로 이스타항공을 창업해 직원들과 함께 피와 땀, 눈물과 열정을 쏟았다"고 회고했다.



이스타항공은 프로펠러 비행기를 도입해 가격만 낮췄던 기존의 저가항공사와는 다르게 안전을 우선해 미국 보잉사의 최첨단 제트기인 B737-NG를 도입했다. 이 회장은 이러한 첨단기종에 스토리텔링을 결합했다. 보유한 6대의 항공기마다 스카이, 스페이스, 프린스, 크루즈, 타임머신 등의 별명을 붙이고 이름에 맞는 인테리어를 갖췄다.

 

 

추억을 파는 국민항공사'를 표방하며 첫발을 내딘 '이스타항공'은 출범 1년만에 국내선 탑승률 1위·소비자 서비스만족도 1위·저비용항공사(LCC) 수송실적 1위 등 3관왕을 차지했다. 후발 주자이면서도 취항 1년만에 탑승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이스타항공그룹은 플랜트 전문회사 (주)케이아이씨 뿐 아니라 삼양감속기(엘리베이터 동력전달기기 제조), 현대종합기계(압력분사기기 제작), 동명통산(자동차 고무부품 제조), 새만금관광개발(부동산개발), 이스타투자자문, 이스타벤처투자, 이스타항공 등 14개 회사를 이끄는 중견 그룹으로 성장했다.



3. 지배구조 및 경영권

이스타항공은 2014년까지 새만금관광개발이 지분 49.4%를 보유한 최대 주주였으며, 새만금관광개발은 이 의원이 사장을 지낸 KIC그룹의 계열사이다. 이 의원은 2012년까지 이스타항공그룹 총괄회장을 맡았으나 19대 국회의원(2012∼2016년)을 지내는 동안 형인 이경일 전 KIC그룹 회장에게 이스타항공 경영권을 넘겼다.

 

새만금관광개발 - 새만금 VR·AR 테마파크&리조트 조감도

 

이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2016∼2018년 이스타항공그룹 회장을 다시 맡았고, 더불어민주당 19대 문재인 대통령 후보 중앙선거대책본부 직능본부 수석부본부장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가 이번에 다시 국회에 입성했다.



이런 가운데 2015년 자본금 3천만 원으로 설립된 이스타홀딩스가 수개월 뒤 이스타항공의 지분 68.0%를 사들여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그는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회장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실소유주로 평가받는다. 이스타항공 지배기업 이스타홀딩스㈜ 지분 66.7%를 이상직 의원의 딸 이수지 이스타항공 상무 겸 이스타홀딩스 대표가, 33.3%는 아들 이원준씨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립 당시 아들은 10대, 딸은 20대였다.

 

이스타항공 지분 구조도

 

딸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이사는 이스타항공에서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에 이어 브랜드마케팅본부장(상무)을 역임했다가 이달 1일자로 이스타항공의 브랜드마케팅본부장직에서 사임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100억 원가량으로 추산되는 이스타항공의 주식 매입 자금을 확보한 경로 등을 놓고 페이퍼컴퍼니 논란과 불법 승계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더불어민주당이 이 의원을 감싸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상직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차기 전북도당위원장으로 합의 추대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지난 4·15총선에서 ‘일자리 해결사’ 이미지로 당선됐다. 전주는 ‘해고 없는 도시’ 선언을 했다. 정부는 지난 4일 35조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전주시 고용유지를 위한 기업지원과 무급휴직 지원비 등을 반영했다.

 

 

노조위원장은 지난달 결의대회에서 “이상직 의원은 해고 없는 도시 전주를 만들겠다며 정작 이스타항공 직원들에겐 정리해고·임금체불로 내몰고 있고, 정부여당은 그를 감싸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4. 경영위기 및 자본잠식

올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사상 초유의 '셧다운'에 돌입하며 경영난이 악화했지만 사실 이스타항공의 재무 건전성은 하루이틀된 문제가 아니다.



이스타항공이 2012년 4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1회계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림회계법인은 "이스타항공이 2010년과 2011년에 각각 84억 원과 269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고 2011회계연도 말 기준 부채총계가 자산총계를 206억 원 초과해 자본 전액 잠식 상태에 빠졌다"며 "계속기업에 대한 중대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림회계법인은 정상적인 항공기 리스 거래가 유지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이스타항공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의문이 제기됐다"고도 했다.

 

 

 

2017년 3월 제출된 2016년 말 기준 이스타홀딩스의 감사보고서에서는 회사가 재무상태표와 현금흐름표,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 등 감사에 필요한 주요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예 감사 의견을 거절하기도 했다.

 

이스타항공은 1분기 매출액 907억원, 영업손실 359억원을 시현했다. 코로나19로 비행기를 멈춰 세우면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했고 영업손익은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손익 역시 125억원에서 마이너스(-)410억원으로 500억원 이상 줄었다. 재무상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자본총계가 작년 말 기준 마이너스(-)로 내려앉은 데 이어 올해 결손금 400억원 가량이 추가됐다. 3개월 전 230%였던 자본잠식률은 315%를 넘어섰다.



심지어 2분기 실적은 기대조차 할 수 없다. 지난 4월부터 전노선 운항을 중단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최근 '셧다운' 기간을 6월 말로 연장하며 2분기 전체를 개점휴업 상태로 흘려보내기로 결정했다. 기재 반납을 서두르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으나 고정비를 틀어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제주항공은 유상증자 관련 증권신고서에 해당 내용을 명시하기도 했다. 제주항공은 '핵심투자위험'에 "기업결합이 완료될 경우 이스타항공의 재무위험이 당사에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며 "17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 지원 및 100억원의 전환사채(CB) 발행 등 추가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지만, 코로나가 지속될 경우 자금 조달의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적었다.



특히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구주 인수대금을 낮추려는 시도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이스타홀딩스에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체불된 임금 약 200억원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뜻을 전달했다. 아직 잔금을 치르지 않았으니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가 밀린 월급까지는 정리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실상 구주가격을 낮춰달라는 요구다.



5. 파산과 대량실직

국내 최초로 최신 기종인 B737 맥스 항공기를 도입하며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지만, 해외에서 잇따른 추락 사고로 작년 3월부터 B737 맥스가 운항을 중단하며 영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일본 여행 거부 운동 확산과 환율 상승 등 악재에 유가가 들썩이며 경영난에 시달린 탓에 결국 작년 9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스타항공의 올해 1분기 자본 총계는 -1천42억 원으로, 이미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에 따라 이번 인수 무산으로 자력 회복이 불가능한 이스타항공은 결국 파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법정 관리에 돌입해도 기업 회생보다는 청산 가능성이 크다.



이번 M&A 과정에서 이 의원 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진 데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업계 전반이 어려운 상황에서 제3의 인수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이미 2월부터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이스타항공 직원 1천600명은 그동안 인수 성사를 위해 임금 반납에도 동의하며 고통을 분담하려고 했지만 끝내 대량 실직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뉴스퍼블릭=정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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