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동생' 손태장 미슬토 회장의 기업가 정신

정우현 / 기사승인 : 2020-08-10 10: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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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회장은 삼형제중 둘째다. 셋째 동생은 세계 벤처 투자업계의 큰손이자, 스타트업 투자-육성 전문회사인 미슬토의 손태장(손 타이조ㆍ孫泰蔵) 회장(1972)이다. 손정의 회장(1957)과는 나이 차이가 좀 있는 편이다. 재일 교포 3세인 손태장 회장은 2002년 일본 최대 온라인 게임 회사 겅호(GungHo)를 창업해 자산 2조 원대의 거부 반열에 올라섰다.



2013년 벤처 투자 회사 미슬토를 개인 자본으로 설립해 전 세계 스타트업 투자에 나섰다. 형인 손정의 회장이 세계를 놀라게 할 만한 투자와 인수를 반복하면서 미래 일본 경제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면, 손태장 회장은 그 기반을 촘촘히 채울 수 있는 작은 산업들의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

 

 

 

 

‘미슬토는 미치광이에 투자한다’는 말이 업계에 회자할 정도로, 당장의 수익보다 세계 난제에 도전하는 창업가에 투자하기로 유명하다. 바다 쓰레기통을 만드는 회사, 아프리카 국가에 드론으로 의약품을 나르는 회사 등 지금껏 투자한 회사만도 120여개, 투자액은 2000억원이 넘는다.



손태장 회장은 1972년 9월 29일, 일본 사가현의 토스시에서 태어났다. 형 손정의가 1957년 생이니 나이차가 적지 않다. 학창시절 공부를 곧잘 했지만 손태장 회장은 대학입시 첫 해에 도쿄대에 낙방한다. 그 다음 해에도 도쿄대를 비롯해 예비로 원서를 넣었던 대학에까지 모두 떨어졌다.



이때 손정의 회장이 동생에게 동생을 엄하게 나무란다. “너는 근본적으로 생각이 허술하다. 지금처럼 살면 무슨 일이든 제대로 할 수 없고, 늘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인간이 된다.”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조언이었다.



이때부터 손태장의 인생이 변한다. 도쿄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2002년 모바일 게임 회사인 겅호를 설립한다. 꾸준히 히트작을 내면서 시장을 점유해갔고, 2005년 3월 9일 일본의 기술주 시장인 자스닥(JASDAQ)에 회사를 상장시킨다.



겅호는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면서 더욱 발전한다. 손회장 본인이 직접 개발에 참여한 모바일 게임 ‘퍼즐 앤 드라곤’이 한 때 세계에서 가장 이익을 낸 게임으로 성장하면서 회사 가치가 급등했다. 2013년의 경우 일본 거대 자동차 메이커인 마츠다보다 기업가치가 더 커진다. 덕분에 손회장도 공식적으로 자산 10억달러 이상을 보유한 빌리어네어의 자리에 오른다.

 

 

 

 

 

그러나 회사가치가 정점을 찍고 있던 시기에 손회장은 다른 도전을 준비한다. 2013년 겅호의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사비를 들여 초기 스타트업 투자-육성 회사인 미슬토우(Mistletoe) 를 설립한 것이다. 잘나가는 게임회사 회장직을 내던지고 그가 스타트업의 판으로 들어선 데는 이유가 있었다.



다른 스타트업 투자회사들 처럼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일본 경제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인터넷 혁신 기업들이 모여들던 작은 동네에서 이제는 ‘미국 혁신 산업의 심장’으로 성장한 실리콘밸리처럼, 일본의 혁신산업의 중심을 건설하겠다는 그의 포부다. 가능성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하고, 이들이 성장해 자본을 확충하는 등의 모든 과정에서 조력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2013년 손태장 회장이 설립한 스타트업 전문 투자-육성회사 미슬토우를 살펴보면 그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그림이 드러난다. 미슬토우는 단순한 투자회사가 아니다. 미슬토우가 인수-지분투자한 회사들이 네트워크로 얽혀 서로 성장하는 구조다. 투자 대상의 상당수는 일본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들이다.



도쿄 아오야마에 위치한 1300평 규모의 스튜디오를 함께 사용하고 서로 서비스 솔루션이나 노하우를 공휴하기도 한다. 미슬토우를 구성하고 있는, 기술ㆍ마케팅ㆍ디자인 분야 전문가들이 이들 스타트업을 지원하기도 한다.

 

 

 

 

미슬토우의 전문가들은 손태장이 겅호 설립 이전 야후 재팬에 몸담고 있을 시절부터 함께 해온 IT분야의 전문가들이 상당수다. 스타트업들이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를 사업화-수익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고객들과의 마케팅에 어려움을 느낄 때 이들이 나서 솔루션을 제공하고 활로를 찾아주는 역할이다. 십년 먼저 기술혁신을 겪었던 전문가들이 그때의 경험을 젊은 기업가 세대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투자의 대상도 다른 스타트업 투자사들과는 차이를 보인다. 투자 기업을 선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이 기업이 미래에 사회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다.



손 회장은 “나도 좀 늙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덧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기 시작하는 나이가 됐다”면서 “(경제적 이익 뿐만 아니라) 사회의 각종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솔루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슬토우와 손회장은 현재까지 30여개 회사에 투자를 진행한 상태다. 이 과정에 손회장의 사비 100억엔 정도도 쓰였다. 눈에 띄는 회사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집라인(Zipline)사다. 드론을 이용해 아프리카 극빈국의 의료시설과 마을에 직접 혈액이나 약품, 각종 의료 기자재를 운반해주는 회사다.



싱가포르 소재의 회사 아스트로스케일(Astroscale)에도 투자 중이다. 인공위성 잔해를 비롯해 우주공간에 갈수록 쌓이고 있는 각종 쓰레기의 제거를 목표로 하는 회사다.



일본에 위치한 IT분야 전문 교육프로그램인 ‘라이프이스테크(Life is Tech)’에도 320만달러를 투자했다. 관심있는 중고등학생에게 프로그래밍과, 그래픽, 게임개발, 사물인터넷 관련 기술 등 전문 내용을 온-오프라인을 통해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인도네시아나 태국 같은 나라에서 ‘수상 택시’나 ‘수상 가게’로 활용될 수 있는 자동차 형태의 개인용 수상드론을 개발하는 폼(FOMM)사도 미슬토우 네트워크의 일원이다. 투자 기간도 다른 스타트업 투자업체들보다 훨씬 긴 10~15년으로 책정되어 있다. 단기적인 투자 성과금 회수보다는, 스타트업 기업의 성공과 성장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미슬토우가 투자하고 있는 집라인 사의 제품. 드론을 통해 아프리카 극빈국에 혈액과 의약품 등을 적시에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전반적으로 보면 손태장 회장의 투자는 크게 두가지 특징으로 요약된다. 구조적으로는 일본의 경쟁력 있는 혁신기업들 간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고, 내용적으로는 사물인터넷 시대에 각광받을 수 있는 생활기반형 혁신 기업을 대거 키워내는 것이다.

 

 

 

 

손 회장은 “일본에는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조직화된 대형 회사들이 여전히 많이 있지만 이들은 실패해도 잃을 것이 없는 스타트업들에 비하면 새로운 사업에 위험회피적일 수 밖에 없다”면서 “일본이 독자적이고 경쟁력있는 경제구조를 유지하려면 양쪽이 서로 공생하고 협력하게 해야 하는 데 그 부분에서 우리가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미슬토우의 철학을 설명했다.



이런 움직임은 형 손정의 회장의 행보와 묘하게 오버랩 된다.손정의 소프트 뱅크 회장은 지난 몇년간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진행해왔다. 지난 7월에는 영국의 모바일 반도체 전문 설계업체 ARM을 무려 약 320억 달러에 인수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곧 도래할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인수 발표후 재무부담 우려에 소프트뱅크의 주가는 떨어졌지만, “손 회장이 상당히 의미있는 배팅을 했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사물인터넷과 로봇, 공유경제 등 미래 경제의 기반 역할을 할 기업에 과감한 배팅을 이어오고 있다. 손회장의 지난 몇년간 투자-인수 리스트를 보면 눈에 띄는 것이 많다. 2013-014년에 걸쳐 미국의 거대 통신사업자인 스프린트와 T모바일을 차례로 인수했다. 프랑스의 로봇 전문회사인 알데바란 로보틱스에도 투자하고 있다.



싱가포르 기반의 스냅딜과 우리나라의 쿠팡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는 물론, 올라캡스와 그립택시 같은 공유경제형 회사에도 상당한 지분을 투자한 상태다. 차세대 경제의 기반이 될 원천기술과 서비스, 플랫폼을 선점하겠다는 모습이 보인다. 일본을 벗어나 세계시장에서,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미래 경제의 ‘판’을 구축하겠다는 의도다.



반면 손태조 회장은 형이 만드는 그 판에서 맹활약할 수 있는 일본 기업들을 지속적으로 키워낼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형제가 묘하게 다른 방식으로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 셈이다. 손태장 회장은 재팬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사업에 있어서) 나는 형과는 다른 나만의 방식을 가지고 있다”면서 “물론 지금은 형이 나보다 많이 앞서 있지만, 결국에는 내가 형을 앞서게 될 것”이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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