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범죄> 부산 엄궁동 2인조 살인사건

김은영 기자 / 기사승인 : 2021-02-22 13: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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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31년 전인, 추운 겨울날

부산 낙동강변 엄궁동 갈대숲에서 참혹한 모습을 한 여성의 시신한구가 발견됩니다.
두개골이 분쇄골절되어, 장비없이도 뇌의 일부를 볼 수 있을정도로 무참하게 살해된 현장,
시신의 주인은 인근지역에 거주하는 박씨 였습니다.

​박씨는 사건전날까지도, 무역회사에서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였는데 그날, 무슨 일이 발생했고, 현재 어떻게 되었는지 살펴봅니다.

 

1. 칠흑같이 어두웠던 밤

 

1990년 1월 4일 오전2시, 부산 낙동강변 엄궁동 555번지 갈대숲에서 무역회사를 다니던 피해자 박씨의 시신이 발견됩니다. 당시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박씨의 직장동료를 통해 그 내막을 알 수 있었는데, 목격자와 피해자 박씨는 차를 타고 데이트를 하던 중, 2인조 남성이 가스총으로 두 사람을 위협하며 습격했고, 낙동강 갈대숲으로 끌려가게 되었는데, 2인조 중 한명이 피해자 박씨를 성폭행하였고, 이어 남성은 접착테이프로 손을 묶여 물에 수장시키려고 했다가, 격투끝에 피해자 남성은 현장에서 도망갔고, 이어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즉, 목격자와 피해자가 데이트 하던 중, 2인조 괴한에 의해 피해자는 성폭행 뒤 살해되었고, 한명은 간신히 도망쳐 신고를 하게 된 사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목격자의 범인 특징과 체형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단서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당시 사건발생시간이 새벽2시로, 주변이 매우 어두었고, 때문에 목격자는 범인의 얼굴을 보지 못했으며, 다만 한명은 키가 컸고, 다른 한명은 키가 작았다는 점입니다.
속절없이 시간만 흘려가게 될 것 같았던, 이 사건은 2년 뒤 용의자 두명이 검거되었습니다.
체포된 용의자 최씨와 장씨는, 낙동강 주변에서 경찰을 사칭하며 돈을 갈취했던 전력이 있었고, 한명은 키가 컸고, 한 명은 키가 작았다는 점이 경찰이 이들을 용의자로 본 이유였습니다.
2년 만의 용의자가 체포됨에 따라 해결될 것 같았던 이 사건의 숨은 이면이 있었습니다.


2. 고문과 사건조작

경찰은 용의자 최씨와 장씨를 사건의 범인으로 보고있었으나, 당시 두 용의자 변호를 맡았던 문재인 변호사는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을 통해, 그 사건을 회상하며 "장씨는 시력이 아주 나빴으며, 범행장소는 완전히 돌밭이었는데, 그 날(사건일자)은 달도 없는 캄캄한 그런 밤이었는데 거기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쫓고 쫓기는 식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을때 나름이확신을 가졌다"며 용의자로 몰린 최씨와 장씨가 범인이 아님을 확신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사건을 취재한 그것이 알고싶다 팀이 입수한 자료를 보아도, 장씨의 시력은 매우 낮아, 근시안인데 어두운 밤에 피해자와 격투를 벌였다는 점이 이상한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사건에 대해 취재가 지속되면서, 당시 사건을 맡았던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하기 위해
다른 사건으로 휘말린 이 두명을 범인으로 몰고갔다는 정황이 발견되었습니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게 된 두 명 중, 최씨가 당시 경찰에게 고문을 당했던 방의 구조를
자세하게 기록으로 남김으로써, 해당 사건이 검찰 과거사위원회를 통하여 밝혀지게 된 것입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당시 최씨와 장씨,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 수사/공판 검사와 검찰수사관, 참고인, 당시 법의학자와 의사, 기자들의 진술 등 광범위하게 당시의 사건을 재조사하였고, 이후, 장씨와 최씨가 경찰의 모진 고문에 허위 자백을 이끌게 된 점, 고문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고문의 흔적과 관련자의 진술이 정확하다는 점을 들어, 해당 사건이 "경찰의 고문과 검찰의 묵인으로 이루어진 억울한 옥살이 사건"이었음을 판단했습니다.



3.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말아야

 

<사진출처 - 한국일보> 부산 엄궁동 2인조 살인사건의 억울한 용의자로 몰려 옥살이를 하게 된 최인철씨와 장동익씨가 무죄 판결이후 기자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21년만의 억울한 옥살이 이후, 출소한 최인철씨와 장동익씨는 이후, 재심청구를 하였고 주요 언론들이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검찰 과거사진상위원회는 '경찰의고문과 검찰의 검증없는 기소'를 인정하였습니다.

​결국, 두 사람이 신청한 재심 신청에서 지난 2020년 1월 5일, 법원은 두 사람에게 '공권력에 의해 21년동안 옥살이를 한 점'에 대해 목례와 사과를 하였습니다.
무죄판결과 사과를 받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의 잃어버린 21년의 시간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두 사람의 상처가 회복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특히, 당시 두 사람에게 고문을 통해 허위자백을 이끌어낸 담당 경찰관들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처벌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무죄판결을 받은 최인철씨는 고문을 가했던 경찰관에 대해 "어떻게 용서하겠느냐, 그 사람들은 악마다. 절대 용서 할 수 없다"며 고문경찰관의 공개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최씨는 "당시 사하경찰서 형사7반이 수사했는데 형사 주임부터 6명이 고문에 가담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장씨역시도 "33세에 수감될 때 아내는 29세였는데, 지금 딸은 24세가 되었고 아내는 51세가 되었다"며 "나와 같은 사람(옥살이 피해자)이 더 있어선 안 된다.
100명 진범을 놓쳐도 1명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무죄판결을 받은 두 사람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사건을 담당했던 당시 경찰관들에 대해서도 형사고소를 할 방침입니다.
비록, 이 사건의 피해자 박씨 여인에 대한 범인은 끝내 잡지 못하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춘재라는 범인이 있었음에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게 한 화성연쇄살인사건과 이 엄궁동 사건처럼, "공권력과 사법부의 실수 또는 범죄로 인해 또 다른 사법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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