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 반응이 나왔어요. 이건 세계질병학회에 보고해야 할 변종 바이러스에요!”

김은영 기자 / 기사승인 : 2021-02-23 19: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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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코로나19 1차 대유행 와중에 폐렴으로 숨진 정유엽군의 부모가 지난 18일 경북 경산 천주교 성당 묘지에서                                 아들의 비석을 쓰다듬고 있다. 

 

지난해 3월 18일 오전 9시쯤 경북 경산에 사는 정성재(54)씨는 아들의 주치의인 영남대병원 의사 A씨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13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중 마지막 검사에서 아들 정유엽(당시 17세)군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의사는 아들과 접촉한 정씨 부부에게 자가격리도 통보했다. 하지만 2시간 뒤인 오전 11시 16분. 병원 측에서는 아들이 숨졌다고 했다.

정군 사망 직후 보건당국은 정군의 검체를 검사했고, 최종 음성 판정을 내렸다. 정씨 부부는 정부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당시 정씨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부검 요청이 있었지만, 거절한 이유는 정부의 음성 결론을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씨는 "정부가 믿음을 저버렸다"며 22일 중앙일보와 다시 인터뷰했다. 정씨는 이날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도보 행진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영남대병원에서 아들이 코로나19 확진됐을 것으로 의심했지만, 정부의 음성 판정을 받아들인 건 아이의 죽음과 관련해 진상 조사와 대책 마련을 해 줄 것이라는 기대에서였다”며 “하지만 1년이 지나도록 정부가 침묵으로 일관해 행진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현재 직장암 3기 투병 중이다. 정씨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이날 코로나19가 의심되는 아들의 입원 치료를 거절한 경북 경산중앙병원에서부터 아들을 치료하며 코로나19를 의심한 영남대병원을 거쳐 청와대까지 380㎞를 걷는다. 청와대에는 다음 달 17일 도착 예정이다.

 

지난해 3월 폐렴 증상을 보였으나 제대로된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정유엽(당시 17세)군의 아버지 정성재씨(54)와 정유엽대책위원회가 청와대까지 도보 행진을 한다. [사진 정성재씨]

 

정씨가 청와대에 도착해 요구할 사항은 세 가지다. ▶아들을 치료한 병원의 의료 행위가 적정·적법했는지 조사 ▶의료 과실이 있었다면 책임자 사과 ▶코로나19 방역 과정서 발생한 의료공백으로 억울한 죽음이 재발하지 않도록 의료체계의 개선 등이다.

정씨는 그동안 “의료 공백 탓에 아들이 숨졌다”고 주장해왔다. 1년 전 정군이 사망했을 때는 대구·경북 지역이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을 때였다. 당시 코로나19 환자가 들렀던 병원 응급실 등이 잇달아 폐쇄되고 있었다.

경산시에 거주하는 정군은 당시 집 근처 약국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선 뒤 40도가 넘는 발열 증세를 보였다. 정씨에 따르면 정군은 경산중앙병원을 찾았으나 병원 측은 코로나19가 의심된다며 입원을 거부했다. 하루 만에 상태가 악화해 다시 병원을 찾은 정군과 부모가 3차 병원으로 가기 위한 구급차 제공을 요청했으나 이마저도 거절당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의료공백에 아들을 떠나 보낸 정성재(54)씨가 21일 올린 국민청원글. 

 

정씨는 도보 행진을 하기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글을 올렸다. ‘코로나 검사만 13번, 17세 유엽이는 코로나19로 죽은 것이 아닙니다. K방역 뒤에 가려진 의료공백으로 희생되었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다.

정씨는 청원글에서 “유엽이를 떠나보내고 코로나19 관련 토론회에 참석하고 전문가들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유엽이의 죽음은 의료공공성 부족이 낳은 의료공백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유엽이 죽음의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묻어버린다면 유엽이와 같은 억울한 희생이 반복될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고 썼다.

1년간 정씨는 시민단체, 전문가 등과 함께 정유엽사망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했다. 대책위는 정씨와 한 달간의 행진을 함께 한다. 이날 대책위는 “정유엽 학생 사망 진상 규명을 통해 의료공백 재발 방지 대책을 찾아내고, 공공의료를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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