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마코(眞子·30) 공주 여론 악화에도 평민 출신의 고무로 케이(小室圭·30)와 결혼

오윤지 특파원 / 기사승인 : 2021-10-27 07: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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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루히토(徳仁) 왕의 조카인 마코(眞子·30) 공주가 자국 내 여론 악화에도 불구하고 평민 출신의 고무로 케이(小室圭·30)와 10월26일 결혼을 강행하면서 일본이 발칵 뒤집혔다. 왕족으로서의 자격을 포기한 마코 공주는 이날 혼인신고서를 제출한 뒤 내달 뉴욕으로 떠날 예정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0월25일(현지시간) “마코 공주 사건은 역대 일본 왕실 여성들에게 궁 안팎에서 가해져 온 가혹한 부담감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아사히 신문

10월26일 마코 부부가 도쿄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시내에선 시위가 벌어졌다. 이들이 들고 있는 피켓에는 ‘왕실은 일본의 영혼’이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NYT에 따르면 10월1일 일본 궁내청이 두 사람이 결혼할 예정이라고 밝힌 뒤 도쿄 번화가인 긴자 등지에서는 반대 시위가 꾸준히 벌어졌다. 이들은 공주를 향해 “저주받은 결혼으로 왕실을 더럽히지 말라”거나 “일본을 국제적으로 수치스럽게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NYT는 “일왕은 전통적인 일본의 상징”이라며 “이 때문에 왕실 여성은 여성에게 엄격한 역할을 부여하는 보수적 일본 사회의 광범위한 성 불평등의 집약체”라고 꼬집었다.

 

 마코 공주와 고무로 케이의 결혼에 반대하는 시위대

 

 

일본 왕실에서 남성은 평민 여성과 결혼하더라도 왕족의 지위를 잃지 않지만, 여성은 왕실을 떠나야 한다. 마코 공주는 나루히토 일왕의 동생인 후미히토(文仁) 친왕의 첫째 딸이다. 여성은 왕위 계승도 할 수 없다. 현재 나루히토 왕은 아들 후계자가 없어 왕위 계승 서열이 동생 후미히토 친왕이 1위, 그의 늦둥이 아들 히사히토(悠仁)가 2위로 이어진다. 이외에도 왕실 여성들은 “좋은 엄마인가” “시어머니와의 관계는 좋은가” “아들을 낳았는가” 등 일본 언론과 대중, 궁정 관리들의 무자비한 압력을 받아야 한다고 NYT는 분석했다.

앞서 아키히토(明仁) 상왕(1989~2019년 재위)과 1959년 결혼한 부인 미치코(美智子) 상왕후는 전후 첫 평민 왕비였다. 그는 자녀들을 직접 양육하지 않는 왕실의 전통에서 벗어나 아이들을 직접 돌봤다. 아키히토가 왕세제 시절이던 1964년 도쿄 패럴림픽을 앞두고 장애인 복지시설을 찾는 자리에 동행하고, 재난 피해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이야기를 나누는 등 파격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그의 ‘튀는 행보’를 시어머니 고준(香淳) 왕후가 탐탁치 않아한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이어 공개 석상에서 왕세자비의 패션이 너무 자주 바뀐다거나, 여성이 나서서 궁을 개보수하는 것을 비판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그는 이후 공개 행보를 자제해야 했다.

일본의 아키히토 상왕과 미치코 상왕후의 왕세제

그의 며느리이자 나루히토 일왕의 부인인 마사코(雅子) 현 왕비도 왕족 출신은 아니다. 1993년 결혼 당시 촉망 받는 외교관이었던 그는 미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도쿄대에서 법학을 공부한 재원이었지만 결혼과 동시에 커리어가 단절됐다. 2001년 아이코 공주를 낳은 뒤 아들을 낳지 못해 “후계를 잇지 못 했다”는 궁 안팎의 노골적인 발언들이 이어졌다. 6개 국어 구사 능력자임에도 “아들을 낳기 위해 건강 관리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남편과의 해외 순방 동행이 금지됐다. 2004년 극심한 스트레스로 대상포진에 걸리기도 했다.

마코 공주의 결혼도 이 같은 윤리적 잣대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시각이 있다. 마코와 고무로가 2017년 약혼 발표를 한 이후 고무로 어머니의 사생활이 잇따라 폭로됐다. “왕실에 적합한 배우자가 아니다”란 비판 여론이 들끓었고, 압도적 다수의 일본인들은 이 결혼을 반대했다. 일본 궁내청은 이달 초 마코 공주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비판 여론을 피해가기 위한 거짓 아니냐”는 의구심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퍼지고 있다. 포틀랜드 주립대의 일본 왕실 전문가인 케네스 루오프 교수는 “일본인들이 어떤 형태로든 스스로 마코 공주의 배우자에 관한 발언권이 있다고 믿는 것은 매우 특이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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